화농성 한선염은 유전될까? 가족력과 자녀에게 이어질 가능성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 HS)은 모낭을 중심으로 만성적인 염증이 반복되는 피부 질환입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가슴 아래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결절이나 농양이 나타나며, 오래 지속되면 피부 아래 터널과 흉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세균 감염이나 일반적인 종기와는 발병 과정이 다릅니다.
가족 중 화농성 한선염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화농성 한선염이 있으면 자녀에게도 생길까요?”
“유전되는 질환이라면 발병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임신 중 태아에게 전달될 수도 있을까요?”
화농성 한선염에는 유전적 요인이 분명히 관여합니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 하나만으로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질환은 아닙니다.
일부 가족성 환자에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지만, 대부분은 여러 유전적 요인과 면역 반응, 흡연, 체중, 호르몬, 피부 마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화농성 한선염의 가족력과 유전자 변이, 자녀에게 이어질 가능성, 임신과 출산 전후에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가족력이 보고됩니다
화농성 한선염은 가족 안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질환입니다.
유전학 연구와 리뷰에 따르면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약 30~40%가 부모나 형제자매 등 가족 중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는 화농성 한선염의 발병에 유전적 소인이 관여한다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이나 자녀에게 화농성 한선염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력은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이지, 질환 발생을 확정하는 조건은 아닙니다.
증상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경우에는 가족력이 더 많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Deckers 등의 연구에서는 13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된 환자군의 가족력 비율이 55.6%였으며, 그 이후에 발병한 환자군에서는 34.2%였습니다. 조기 발병군은 병변이 더 여러 신체 부위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지만, 질환의 중증도를 나타내는 Hurley 단계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발병했거나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중증으로 진행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 일부 가족성 환자에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됩니다
여러 가족 구성원에게 화농성 한선염이 나타난 일부 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감마-세크레타제 복합체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확인된 유전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NCSTN
PSEN1
PSENEN
이 유전자들은 피부와 모낭 세포의 분화에 관여하는 감마-세크레타제 복합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해당 유전자 변이가 모낭의 정상적인 분화와 피부 염증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일부 가족성 화농성 한선염에서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양상이 나타납니다.
특정 가족에서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 성립한다면, 부모 한 사람이 해당 변이를 가졌을 때 자녀가 변이를 물려받을 이론적인 확률은 임신할 때마다 50%입니다.
그러나 변이를 물려받을 확률과 화농성 한선염이 실제로 발병할 확률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아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같은 변이를 가진 가족 안에서도 발병 시기와 증상의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불완전 침투라고 합니다. 또한 감마-세크레타제 관련 변이는 전체 화농성 한선염 환자가 아니라 일부 가족성 사례에서만 확인됩니다.
3. 대부분은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화농성 한선염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유전자 이상만으로 발생하는 단일 유전자 질환이라기보다, 여러 유전적·면역학적·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으로 이해됩니다.
대표적으로 연관성이 보고된 요인은 흡연, 체중 증가, 피부 마찰, 호르몬 변화 등입니다.
흡연은 화농성 한선염과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요인이지만, 흡연만으로 질환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체중이 증가하면 피부가 접히는 부위의 마찰과 습기가 늘어날 수 있지만, 체중이 정상인 사람에게도 화농성 한선염은 발생합니다.
또한 화농성 한선염은 주로 사춘기 이후에 시작되며, 일부 여성은 생리 전후나 임신·출산 시기에 증상 변화를 경험합니다. 이런 점에서 호르몬 역시 질환의 경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 생활 습관 하나만을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환자의 관리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4. 임신 중 태아에게 질환이 옮겨가는 것은 아닙니다
화농성 한선염의 유전과 임신 중 태아에게 질환이 전달되는 문제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화농성 한선염은 감염병이 아니므로 산모의 피부에 발생한 결절이나 농양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옮겨가는 질환은 아닙니다. 자녀는 수정 시점에 부모로부터 일부 유전적 소인을 물려받을 수 있지만, 유전적 소인을 가진 것과 실제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다릅니다.

일반적인 산전검사만으로 태아가 성장한 뒤 화농성 한선염에 걸릴지를 확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 내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유전 상담을 통해 변이의 전달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지만, 향후 발병 여부와 증상의 정도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임신 중 질환의 경과도 개인마다 다릅니다.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임신 중 약 24%가 증상 호전을 경험했고 약 20%는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출산 후에는 조사 대상자의 약 60%가 증상 악화를 경험했습니다.
이 수치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예측값은 아닙니다. 임신 중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반대로 임신하면 반드시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 사용하는 치료제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화농성 한선염에는 바르는 약, 항생제, 호르몬 관련 치료제, 생물학적 제제 등 여러 치료가 사용되며, 일부는 임신 중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신했다고 모든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약을 스스로 끊거나 변경하기보다 임신 전부터 피부과와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치료 내용을 알리고, 임신과 수유 중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가족력이 있다면 반복되는 증상을 살펴야 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자녀의 발병 여부를 미리 단정하기보다, 화농성 한선염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적인 초기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특히 사춘기 이후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가슴 아래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자리에 통증이 있는 멍울이 반복되는 경우
가라앉았던 부위가 다시 붓거나 고름이 나오는 경우
한 번의 종기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재발하는 경우
피부 아래 병변이 이어지거나 단단한 흉터가 남는 경우
초기에는 일반적인 뾰루지나 모낭염, 종기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같은 부위에 깊고 아픈 멍울이 반복되고 피부 아래 터널이나 흉터가 생긴다면 단순한 종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흡연하지 않기, 적정 체중 유지하기, 접히는 부위의 과도한 마찰과 압박 줄이기, 땀에 젖은 옷을 오래 입지 않기 등도 권장됩니다. 다만 생활관리만으로 발병이나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다수의 가족 구성원에게 화농성 한선염이 나타났거나 가족 내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와 유전 상담의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모든 화농성 한선염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가 일상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며
화농성 한선염에는 유전적 소인이 관여하며,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가족력이 보고됩니다. 일부 가족성 환자에서는 감마-세크레타제와 관련된 NCSTN, PSEN1, PSENEN 유전자 변이도 확인됩니다.
그러나 화농성 한선염은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더라도 실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자녀에게 반드시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임신 중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질환이 옮겨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신과 출산 전후에는 증상이 달라질 수 있고, 사용하는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므로 피부과와 산부인과 의료진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가족력이 있으면서 같은 자리에 통증이 있는 멍울이나 농양이 반복된다면 막연히 유전 가능성만 걱정하기보다,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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